삼성전자 107조에서 메모리를 빼면 마이너스가 남는다
삼성전자가 10월 8일 내놓은 3분기 잠정 영업이익은 107조4천억원이다. 그런데 메리츠증권이 추정한 메모리 사업 하나의 영업이익은 111조9천억원이다. 메모리 한 사업이 회사 전체보다 더 벌었다면 나머지 사업은 다 합쳐 적자라는 뜻이 된다. 메모리 값이 오르면서 한 회사 안에서…

삼성전자가 10월 8일 내놓은 3분기 잠정 영업이익은 107조4천억원이다. 그런데 메리츠증권이 추정한 메모리 사업 하나의 영업이익은 111조9천억원이다. 메모리 한 사업이 회사 전체보다 더 벌었다면 나머지 사업은 다 합쳐 적자라는 뜻이 된다. 메모리 값이 오르면서 한 회사 안에서 한쪽은 사상 최대 이익을 냈고 다른 쪽은 적자를 냈다. 이 적자가 회사 밖으로 새는 돈인지, 회사 안에서 주머니만 바꾼 돈인지 따져 본다.
107조를 사업별로 쪼개면
잠정실적에는 사업부별 숫자가 없다. 사업부 숫자는 10월 29일 확정실적에서 나온다. 그 전까지는 증권사 추정으로 윤곽을 잡을 수밖에 없다. 10월 7~8일에 나온 추정을 모으면 이렇다.
- 메모리: 약 110조~112조원 이익. 메리츠증권은 111조9천억원으로 보고, 업계 추정으로는 D램이 80조원, 낸드가 30조원 정도다.
- 파운드리, 시스템LSI: 1조~1조5천억원 적자
- 완제품(DX): 1조1천억~2조6천4백억원 적자. 미래에셋증권 -1조1천억원, SK증권 -1조9천억원, 메리츠증권 -2조6천4백억원
- 그중 스마트폰(MX, 네트워크): 1조5천억원 이상, 많게는 2조원에 가까운 적자
- TV, 가전(VD, DA): 5천억원 안팎 적자
- 삼성디스플레이 약 1조원, 하만 2천억~4천억원 이익
107조4천억원에서 메모리 추정치를 빼면 메리츠 숫자로는 -4조5천억원이고, 메모리를 110조원으로 잡으면 -2조6천억원이다. 위의 나머지 사업 추정치를 더하면 대략 -1조~-3조원이 나온다. 크기는 조금 어긋나도 마이너스라는 방향은 같다. 메모리를 빼고 보면 삼성전자는 이번 분기에 적자 회사다. 물론 추정이고, 확정치에서 몇 조원은 움직일 수 있다.
3년 전에는 거꾸로였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회사이면서 스마트폰, TV 회사이기도 하다는 건 오래 장점으로 꼽혔다. 메모리가 무너질 때 완제품이 받쳐 준다는 논리다. 메모리 값이 떨어지면 반도체 이익은 줄지만, 스마트폰과 TV에 들어가는 부품값도 싸지니 완제품 이익은 늘어난다. 2023년 4분기가 그 교과서 같은 분기였다.
| 영업이익 | 2023년 4분기 | 2026년 2분기 | 2026년 3분기 |
|---|---|---|---|
| 회사 전체 | 2조8천억 | 89조5천억 | 107조4천억(잠정) |
| 반도체(DS) | -2조2천억 | 89조2천억 | 메모리만 약 112조(추정) |
| 완제품(DX) | 2조6천억 | -8천억 | -1조1천억~-2조6천억(추정) |
| MX, 네트워크 | 2조7천억 | -7천억 | -1조5천억~-2조(추정) |
2023년 4분기에는 반도체가 2조1천8백억원 적자를 냈지만, 완제품이 2조6천2백억원을 벌어 회사 전체로는 2조8천2백억원 흑자를 지켰다. 2026년 2분기는 정반대다. 반도체가 89조2천억원을 벌었고 완제품은 8천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2021년 DX 부문이 생긴 뒤 처음 낸 분기 적자다. 3분기 추정대로라면 두 분기 연속 적자다.
메모리 값이 오르면 반도체가 벌고 완제품이 잃는 방향은 그대로다. 바뀐 건 크기다. 2023년 4분기에 회사를 받쳐 준 완제품 이익 2조6천억원은 지금 메모리 분기 이익 추정치의 2% 남짓이다. 지금 삼성전자 실적에서 완제품은 쿠션이라기보다 오차 범위에 가깝다.
메모리 값은 갤럭시의 원가다
삼성전자는 2분기 실적 발표에서 MX 이익이 줄어든 이유로 업계 전반의 부품 원가 압력을 직접 꼽았다. TV와 가전도 비용이 늘어 이익이 줄었다고 했다. 그 결과 MX, 네트워크는 매출 33조2천억원에 영업손실 7천억원을 냈다. TV, 가전도 매출 14조5천억원에 소폭 적자였다.

3분기에는 원가 부담에 물량 감소까지 더해진다. IDC 집계로 2분기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은 메모리 부족 탓에 7.4% 줄었다. 메리츠증권은 삼성 스마트폰의 3분기 출하량을 전 분기보다 8% 적은 5,800만 대로 본다. 교체 주기가 길어지고 있다는 판단이다. 부품값은 오르고 파는 대수는 줄어든다. MX 적자가 2분기 7천억원에서 3분기 추정 1조5천억~2조원으로 커지는 건 이 둘이 겹친 결과로 본다.
왼쪽 주머니와 오른쪽 주머니
여기서 하나 짚을 게 있다. 갤럭시에 들어가는 D램을 삼성 DS가 만들었다면, MX가 더 낸 메모리값은 DS 매출과 이익으로 잡힌다. 부문 사이의 거래는 연결 실적에서 지워진다. 그러니 회사 전체로 보면 왼쪽 주머니 돈이 오른쪽 주머니로 옮겨 간 것뿐이다. MX 적자 중 이 부분은 회사가 실제로 잃은 돈이 아니다.
그런데 갤럭시 D램이 전부 삼성 제품은 아니다. 올해 2월 갤럭시 S26 초도 물량에는 삼성 DS와 마이크론의 LPDDR5X가 절반씩 들어갔다. 이때 두 회사의 납품가는 올랐지만, 두 회사가 다른 고객에게 받는 값보다는 낮게 맞춰졌다고 한다. 두 회사 모두 이후 협상에서 값을 크게 올릴 계획이었다.
이 구조를 따라가면 MX 적자는 두 갈래로 나뉜다.
- 삼성 DS에서 산 메모리: 회사 안에서 이익이 옮겨 간 것이다. DS가 다른 고객보다 싸게 넘겼다면 DS가 밖에 팔았을 때 벌었을 이익을 일부 포기한 셈이기도 하다.
- 마이크론에서 산 메모리: 회사 밖으로 나간 돈이다. 메모리 호황의 몫이 경쟁사 실적으로 간다.
D램을 절반씩 나눠 사는 구조가 3분기에도 이어졌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낸드나 AP 같은 다른 부품의 조달 구성도 공개된 숫자가 없다. 그래서 MX 적자 중 몇 퍼센트가 진짜 손실인지는 계산할 수 없다. 방향은 말할 수 있다. MX 적자가 커질수록 일부는 DS 이익으로 돌아오고, 일부는 마이크론으로 샌다. 연결 실적으로 보면 DX 적자 2조원이 그대로 2조원어치 충격은 아니라는 뜻이다.
10월 29일 확정실적에서 볼 것
- 메모리 이익이 112조원 추정에 얼마나 가까운지. 잠정 영업이익은 증권사 평균 예상(106조6천4백억원)을 조금 넘겼다. 매출은 195조원으로 예상치 200조6천4백억원보다 3% 가까이 낮았다. 원화 강세가 수익성을 깎았는데도 이익률이 55.1%로 기대보다 높게 나온 셈이다. 메리츠증권 김선우 연구원은 업계 평균을 웃돈 가격 전략을 이유로 들었다. 확정치에서 D램과 낸드 숫자가 나오면 가격 덕인지 물량 덕인지 갈린다.
- MX 적자 폭과 출하량. 출하량이 5,800만 대 추정보다 더 줄었는지, 손실이 1조원 쪽인지 2조원 쪽인지를 본다. MX 적자가 커질수록 위에서 말한 주머니 이동과 외부 유출의 비율이 더 궁금해진다.
- 4분기 메모리 값 오름폭. 트렌드포스는 4분기 일반 D램 계약가가 전 분기보다 10
15%, 낸드는 1520% 오른다고 본다. 오름폭이 줄면 MX 원가 압력도 덜해진다. 다만 반도체 이익이 꺾이는 폭에 비하면 완제품 회복은 작을 수밖에 없다.
내 판단은 이렇다. 지금 삼성전자를 사업이 잘 나뉜 대기업으로 읽으면 실적의 감도를 잘못 본다. 2023년처럼 완제품이 반도체 손실을 메워 주는 그림은 지금 이익 크기로는 거의 성립하지 않는다. 숫자만 보면 삼성전자는 이미 메모리 회사에 가깝다. 반대로 메모리 값이 오르는 동안 DX 적자를 이유로 삼성을 깎아 보는 것도 과하다. 그 적자의 일부는 이미 DS 이익 안에 들어와 있다.
확인한 자료
- 3분기 잠정 영업이익 107.4조·매출 195조, 컨센서스 106.64조·200.64조, 증권사별 DX 적자 추정, IDC 출하 -7.4%, 메 ↗
- 이익률 55.1%, 사업부별 추정(LSI·파운드리 약 -1조, MX -1.5조 이상, VD·DA 약 -5천억, SDC 약 1조, 하만 2천억~4 ↗
- 메리츠 메모리 영업이익 추정 111조9천억원, D램 80조·낸드 30조, 파운드리 -1.5조, MX 최대 2조 적자 추정 ↗
- 2026년 2분기 DS 영업이익 89.2조, MX·네트워크 매출 33.2조·영업손실 0.7조, VD·DA 소폭 적자, 부품 원가 압력 언급 ↗
- 2026년 2분기 연결 영업이익 89.5조, DX 매출 48조·영업손실 8천억원(첫 적자) ↗
- 2023년 4분기 연결 영업이익 2.82조, DS -2.18조, DX 2.62조, MX 2.73조 ↗
- 갤럭시 S26 초도 물량에 DS·마이크론 LPDDR5X 각 50% 탑재, 다른 고객보다 낮은 가격, 이후 대폭 인상 계획 ↗
핀포스트 · 공시와 기술 문서를 읽고 정리합니다.